서 론
현재 암과 정신과적 질환들, 특히 정신분열증이나 양극성 장애와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비교한 다양한 연구들이 보고되어 왔다[1-7]. 몇몇 연구들에서는 중증 정신질환 환자에서는 암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1-3], 또 다른 연구들은 정반대의 결과나 특정한 연관성 없는 것으로 발표하기도 한다[4-7]. 이러한 상반된 결과들은 다양한 암의 종류, 성별, 인지능력, 생활습관, 흡연, 약물에 따른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1-7].
특히 유방암에서는 다른 암과는 달리, 정신분열증 환자들에서 그 발생률이나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1,3-5,7,8]. 정신과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질환의 특성상 흡연, 음주, 비만, 미출산, 적은 모유수유의 경험 등의 위험 인자에 일반인보다 더 노출되어 있다[2,4,5,7]. 그리고, 이들은 유방 검진율이 낮으며, 질환에 대한 증상들을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병이 진행된 후에야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4,5,7,9,10]. 또한 정신과적으로 사용하는 약물들이 혈중 프로락틴(prolactin) 농도를 높여 유방암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7,11-13].
일반적으로 유방암은 다른 암들에 비해서 비교적 좋은 예후를 가지며, 여러 종류의 보조적인 치료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아 사망률이 증가한다[4,10].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대개의 경우에 낮은 인지능력, 비효율적인 대화, 낮은 사회경제적 능력으로 인해 치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이러한 환자들은 대개 가족들의 무관심과 낮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가족이 없는 상태이며, 혈연 관계가 없는 보호자(요양 보호사)들은 환자들과의 유대관계가 낮다. 이로 인해 외래에서 정기적인 추적검사 및 수술 후에 충분한 보조적 치료를 하기가 쉽지 않다.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일반적인 유방암환자와 동일한 치료를 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치료를 시행할지는 담당 주치의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치료의 결정에 있어서 의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본원에서의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정신질환을 가진 유방암환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치료의 결정에 있어 주치의들의 역할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방 법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유방암으로 수술한 550명의 환자 중 자기의사결정을 못 할 정도의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6명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으며, 4명은 정신지체, 2명은 치매환자였다. 이들을 대상으로 나이, 신장, 체중, 체질량지수 등의 신체적 특징을 비교하였고 흡연, 음주력, 결혼 및 출산, 수유력과 수술 및 수술 후 치료에 대한 결정을 한 보호자와의 관계 및 현재 거주지 등을 조사하였고 수술법과 병리학적 특징, 병기 및 수술 후 치료와 재발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결 과
환자들의 경과관찰 기간은 4개월에서 94개월까지이며, 평균 44개월이었다. 대상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52세이며(범위, 30-75세), BMI는 평균 24.1 kg/m2 (20.8-33.3 kg/m2)였으며, BMI가 25 kg/m2 이상인 환자가 5명이었다. 5명의 환자만이 결혼을 한 상태였으며, 1명만이 출산과 수유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흡연이나 음주의 과거력은 없었다(Table 1).
선행화학요법을 받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변형근치적 유방절제술을 받았다(Table 2). 1명의 환자는 국소적은 진행된 유방암으로 피부 및 흉벽 침윤이 보여 선행보조 항암화학요법을 우선 시행하였다. 유방암 병기는 3명의 환자(25%)에서 1기, 6명의 환자(50%)는 2기, 3명의 환자(25%)는 3기였다. 모든 환자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양성이었으며, 11명의 환자에서 프로게스테론 수용체도 양성이었으며, 단 1명에서 음성이었다. C-erbB2는 5명의 환자(41.7%)에서 과 발현을 보였다. 모든 환자에서 전신마취 및 수술로 인한 스트레스나 유방의 전 절제로 인한 정신적 발작이나 혼돈 등의 문제는 없었다.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 기준과 한국 유방암학회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9명의 환자에게 선행항암화학요법 또는 보조항암화학요법을 권고하였으나, 9명 중 5명만이 항암치료를 시행하였으며, 나머지 4명의 환자는 항호르몬 치료만 수술 후에 보조요법으로 시행하였다. 또한 모든 환자에서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었으므로 항호르몬제 치료를 시행하였다. 치료 시 거주현황은 정신병원 및 요양시설이 8명이었으며, 4명은 환자가 가족과 함께 집에 거주하였다. 수술 동의서 작성은 본인의 인지 능력 및 의사결정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어 본인 스스로 한 경우는 없었으며, 모두 가족 및 시설 관계자 등의 대리인이 작성하였다. 항암치료의 동의서는 항암치료 적응증에 속한 9명 중 5명에서 부모(2예)와 형제 및 자매(3예)가 작성하였다. 나머지 4명은 항호르몬치료만 시행하였으며 이들은 모두 시설에 거주하고 있었다. 항암치료를 시행받은 4명의 환자는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으며 시설에 거주하는 환자 중에서는 한 명만이 항암치료를 시행받았으며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해 있는 기간 동안에는 여동생이 적극적으로 간병을 하거나 도움을 주었다. 항암 치료를 시행한 환자 중 1명은 심각한 정신지체 환자로 치료에 대한 이해를 전혀할 수 없었으며 치료에 대한 협조와 자기관리가 되지 않아 한 차례의 항암제 치료 후 치료를 중단하였다. 2명의 환자에서 재발이 확인되었는데, 1명은 국소적 재발이었으며, 다른 1명은 간으로의 전이가 발견되었다. 나머지 10명의 환자는 현재까지 재발이 없는 상태로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많은 연구들에서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유방암의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이들은 더 많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4-7]. 이번 연구에서도 미혼의 비율이 58%로 높으며, 출산 및 수유의 경험은 8.3%로 낮았다. BMI에서도 25 kg/m2 이상인 환자가 41.7%이며, 이는 2008년도에 조사된 한국 유방암 데이터의 29%보다 훨씬 높은 것이었다[14]. 미출산 및 비수유, 그리고 비만은 유방암의 잘 알려진 위험인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신과 환자에게 높게 나타나는 흡연이나 음주의 과거력은 없었다.
많은 정신과적 약물들이 혈중 프로락틴의 수치를 증가시키고, 이는 유방암의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7,11-13]. 이 연구에서는 환자들의 혈중 프로락틴의 수치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 중에 6명이 정신분열증을 진단받고 프로락틴을 증가시키는 약물로 잘 알려진 chloropromazine을 복용하고 있었다. 대규모 연구에서 혈중 프로락틴의 수치와 유방암, 특히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인 유방암 환자군에서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15]. 이 연구에 참여한 모든 환자에서 호르몬 수용체(에스트로겐 혹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가 양성이었다. 이는 2008년도에 조사된 한국 유방암 데이터에 따른 결과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에스트로겐 수용체, 100% vs. 66.9%;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91.7% vs. 59.5%) [14].
평균연령은 55세이며, 이는 2008년도에 조사된 한국 유방암 데이터에 따른 결과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14]. 이 결과는 대부분의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에서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인지능력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져 검진을 제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정기검진을 받는 경우도 많지 않아 나타난 결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진단 당시 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유방암 병기는 2008년도에 조사된 한국 유방암 데이터에 따른 결과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되어서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한다(1기 미만, 25% vs. 46.5%; 2기, 50% vs. 35.9%; 3기 이상, 25% vs. 16.3%) [14].
유방 보존술은 초기 유방암환자에게 널리 사용되는 수술이나, 국소적 재발률이 변형근치적 유방절제술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6,17]. 또한 유방 보존술을 시행받은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한 방사선 치료가 보조 요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스스로 수술방법에 대한 결정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동의서 작성 시 본인보다는 대리인과 의료진이 유방 보존술보다 재발률이 적고 항암제치료나 방사선 치료 등 수술 후 보조 치료가 적게 필요한 유방 전 절제술을 선택하기 쉽다.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도 선행보조 항암화학요법을 시행받은 1명 환자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가 변형근치적 유방절제술을 시행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에 유방의 상실과 신체변형으로 인한 우울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고려나 측정이 되지 않았다는 제한점이 있다.
NCCN기준과 한국유방암학회 진료권고안에 따라 9명의 환자에게 선행보조 항암화학요법 또는 보조항암화학요법을 권고하였으나, 5명의 환자만이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였다. 이는 경제적인 이유 및 정기적인 추적검사 및 항암치료를 위한 입원 시에 환자 혼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항암치료의 동의서는 부모(2예)와 형제 및 자매(3예)가 작성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항암치료를 받은 5명의 환자 중 4명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는 환자들이었으며, 1명은 요양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었지만 애착이 강한 여동생이 검사나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 동안 환자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것을 볼 때 보호자들과의 유대관계가 치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
유방암은 다른 암과 비교했을 때 수술로써 치료가 될 수 있는 암이나, 높은 재발률로 인해 항암화학요법 또는 호르몬 치료와 같은 적극적인 보조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는 유방암환자들 스스로 치료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치료에 대한 의지 및 치료 기간 중 도움을 줄 수 있는 보호자가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도 1명의 정신지체환자에서 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치료의 순응도가 낮고, 자기 관리가 되지 않아 1차 보조항암화학요법 후에 치료를 중단하였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치료의 과정, 부작용들, 주의사항들을 알려야 하며, 이때에 이들의 교육수준 및 알맞은 단어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치료 및 추적검사가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므로, 주치의들은 유방 보존술보다는 국소재발률도 적고 비교적 추적검사가 수월한 변형근치적 유방절제술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유방 전 절제 후에 유방 상실이나 신체 변형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나 삶의 질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주치의 및 몇몇 보호자의 일방적인 치료결정보다는 체계적이고 표준적인 치료방침이 필요하다. 또한, 치료계획에 대한 면담이나 수술 및 치료에 대한 동의서 작성 시 무관심한 보호자의 경우 연락이 닿지 않는 등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 주치의나 요양보호시설에 의해 내려진 결정 및 치료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경제적인 부담 및 간호 등의 문제로 치료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경제적 지원 및 제도의 확충이 필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미출산 및 비수유, 비만, 정신과적 약물로 인한 유방암의 발생 위험인자들에 노출이 되어 있다. 그러나 정기 검진 및 치료에 대한 제도나 지원은 미약하다. 또한 치료에 있어서도 국소재발률도 적고 간단한 추적검사로 인해 유방 보존술보다 변형근치적 유방절제술이 선호되고 있으며 보조요법에 대한 시행률도 낮은 실정이다. 그러나,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유방암환자들을 치료 시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1) 치료에 대한 환자 순응도, 2) 환자의 정신질환 정도 및 가족관계, 3) 보조적 치료 및 수술의 종류에 따른 환자가 받는 정신적 효과나 스트레스. 또한, 정상적인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되어 있는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주치의 및 보호자의 일방적인 치료 결정보다는 일반적인 유방암 환자에서 행해지는 바와 같이 체계적이고 표준적인 치료방침이 필요하며, 다양한 치료방법에 대한 선택권과 실제 치료가 적용될 수 있는 의료 환경 및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